삶의 잡동사니(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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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뚝딱
오늘 새벽부터 온종일 줄기차게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내렸다 그쳤다 반복한다. 어제 들깨밭 예초작업을 급히 하면서 열댓 개의 들깨들을 동강내어 들깨모종 보식 좀 하려다 그만두었다. 요새 일기예보는 잘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는데, 곳에 따라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는 요즈음 날씨엔 딱 맞는 기막힌 예보라 하겠다.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 해 놓고는 장마가 끝났다는 건 뭐냐? 이번 주에 계속 비 예보니 이게 장마 아닌가? 태풍영향이니 장마는 아니라고? 날씨변덕이 하도 심하여 비도 이상스레 내리니 장마도 좋고 아니라도 좋다. 변덕스레 내리는 비 내림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요상한 운치도 좋지만 후덥지근한 밖에서 계속 있는 것은 재미없다. 오래 전에 사놓은 각목을 농막 안으로 들여다 놓고 슥삭슥삭 톱질을 해댄다. ..
2022.08.08 -
텃밭용 호미
서투른 목수 연장만 많다고 하는데, 18년 전 텃밭을 시작할 때부터 농사용 소기구들을 꽤나 사서 모았다. 진짜 프로들은 호미 같은 작은 연장들을 만질 필요조차 없고 눈길을 줄 일도 없지만 어쭙잖은 텃밭농사를 하는 이들은 농기구 파는 가게나 대장간을 지날 때가 있으면 영락없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게 된다. 텃밭에 경운기가 아예 출입조차 못하게 만들어 놓고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 제초제를 쓰지않고 웃기는 원시자연농법수준으로 농사를 즐기는 돌밭주인은 농사용소기구가 꽤나 많다. 그러나 농사용 동력기계는 예초기가 있을 뿐이다. 삽, 곡괭이, 괭이, 쇠스랑 등으로 밭을 만들고, 호미와 낫 등으로 작물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제일 많이 신경을 쓰는 일이 잡초들을 제어하는 일이다. 그러니 잡초용 농기구가 많을..
2022.07.21 -
장마철 텃밭일기
1. 이틀 전에 흠뻑 내린 비에 들깨 심을 밭이 축축하니 예초기로 잡초를 정리하였다. 그리고는 예초기 날을 바꿔(잡초들 뿌리를 걷어낸다는 날로 판매하는 것이지만 선전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돌밭에서도 나름 쓸 만함) 흙을 덮고 있는 검불과 잡초뿌리를 박살내며 걷어낸다. 그런 방법으로 들깨정식을 할 곳을 150여 군데를 만들었다. 밭에 돌이 많아 예초기 가동이 편하지 않고, 여의치 못한 경우엔 일정한 간격을 맞추지 않고 들깨모종 심을 데를 정리한 것이다. 다음날 새벽 두 시간여를 삼발괭이와 작은 호미를 동원하여 들깨를 정식했다. 들깨모종을 눕혀 좀 깊게 심고는 흙 위에 주변의 검불을 덮고 나서 꾹꾹 밟아주었다. 잡초의 덤불과 뿌리와 돌이 많은 들깨 밭에서 모종이 말라죽지 않도록 머리 굴려 생각해낸 들..
2022.07.10 -
우중 텃밭 일기
장맛비라 그런지 종일 비가 내린다. 어쩌다 그쳐서 풀밭 좀 손볼까하면 다시 세차게 비가 내린다. 밭일은 이틀간 비 내리지 않을 때를 틈타서 작은 부추밭 김매주고, 들깨모종 심을 밭의 잡초를 바짝 베어내느라 예초기를 한 시간 쓰고는 그만이다. 종일 내리는 비로 농막에서만 지내기 답답하여 가랑 내릴때 딴 매실과 보리수열매를 가지고 꼼지락거렸다. 2주 전에 따고 조금 남긴 매실이 제대로 익기도 전에 벌레의 습격을 받으니 목초액 뿌려 쫒기보다는 아예 따내는 게 좋다 싶어 거두었으나 목표량의 1/5정도로 적은 양이다. 그나마 상태 좋은 알 만 가려서 과육을 칼로 추려내어 황설탕을 섞어 청을 담갔다. 애써 작업한 것이 3.6리터 유리병을 겨우 채웠으나 설탕에 절여지니 많이 줄었다. 그래도 요 정도면 텃밭용 매실청으..
2022.07.10 -
봄날이 여름
오늘 한낮 기온이 24도. 그런데 농막데크 그늘이 24도로 나타나고 오후 2시의 밭은 그 보다 3~4도 높은 듯하다. 오늘 공기의 질이 별로라 오전에 매실전지작업 후의 곧은 가지를 추려서 모아놓고는 아예 더 일할 생각을 던져버렸다. 농막 안에서 허리 펴고 뒹굴며 쉬다보니 덮다. 열받은 농막 안의 기온이 28도나 되고 바람이 없으니 조금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로 덥다. 더위 타는 사람들이 에어컨을 켜는 온도이니 이 참에 에어컨 작동을 해보고 선풍기날개의 먼지를 청소하였다. 벌써 더운 날의 채비를 서두르니 민들레 피고 수선화 피는 모양에 제천 텃밭에도 봄이 깊었다고 떠들어대던 모양이 계절의 빠른 변화로 어느새 오래 된 것인양 ,우습게 느껴진다. 밭에서 며칠 지내는 사이에 어린 과수나무들 묘목, 약용수 묘목,..
2022.04.10 -
봄 내음
남녘은 산수유, 매실, 벚꽃 등이 만발하며 따듯한 봄날이지만 여기 제천 텃밭은 아직도 움츠리는 초봄 날씨다. 오늘 아침엔 영하 5도이다. 밖의 수도꼭지가 얼어붙어 물이 안 나온다. 8시쯤엔 영상이 될 거고 낮 기온이 13도라니 물 못 쓴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요즘 한낮의 기온이 15도 내외를 가리키니 낮은 물론 밤중에도 난방 때문에 애를 억을 일 없어 잠자리가 그런대로 편하다. 밭의 흙은 이틀 전의 많은 강수량으로 깊숙하게 물기를 머금어 삽질하기에도 아주 부드러워 조그만 밭고르기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봄비와 함께 훈풍이 스며든 밭은 잡초들의 부산한 기상으로 싱싱한 녹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급한 녀석들은 초봄 꽃이랍시고 작고 앙증맞은 꽃들을 나보라고 소리치며 피우고 있다. 작은놈들이라 ..
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