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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핀 소심
올 추석에는 난 꽃이 딱 하나 피었다. 두서너 난들이 추석을 맞아 꽃을 피우며 청향을 뿜어내는 것이 정상인데, 올해는 보살핌이 모자라서 그런 것 아닐까? 아니면 물만 꼬박꼬박 잘 주어서 화아분화를 시키지 못한 것일까? 작은 분에 살고 있는 복륜소심이 꽃을 하나 올렸다. 아담하게 핀 복륜소심이 조용하게 주인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늙어가는 주인이 조용하고, 차분하고, 욕심내려놓고, 모자라도 만족하면서 살아가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2022.09.13 -
추석 상차림
성균관이 올 추석상차림을 9가지로 하면서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면서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를 발표하였다. 제례를 지내는 것은 유교 이전부터 인류의 공통이 되다시피 한 신앙이나 조상숭배의 한 형태로서 행하여지던 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제례는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정한 틀이 형성된 것이고 성균관이 큰 틀로 주도를 하여 온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성균관이 무슨 법의 형태로 정하는 것이 아니며, 각 가정에서 행하여지는 제례를 간섭하는 권한이 있어서 이러쿵저러쿵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이지만 성균관의 제례표준상차림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지는 않고, 지금의 세상에서 차례상차림이 많은 부작용을 낳는 형편에서 그것을 참고하며 배워야 할 것으로 인정을 한다. 그렇지만 성균관이 간과한 ..
2022.09.08 -
9월초 텃밭의 꽃들
태풍이 물러간 뒤의 하늘이 시릴 만큼 푸르다. 텃밭은 풀밭이라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꽃들이 많이 보인다. 재배되는 작물들이나 얻거나 사서 심은 꽃들도 예쁘지만 텃밭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이 훨씬 예쁘게 보인다. 계절을 잊고 늦게까지 피고 있는 것들도 있고, 성급하게 가을이 다가왔다고 일찍 피는 꼴들이 혼재하고 있지마는 서늘함을 느끼는 아침과 저녁의 갈바람에 어울리게 피우는 야생화들의 계절감각은 참으로 뛰어나다. 들여다보고, 살펴보면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계절을 찾아보았다.
2022.09.08 -
텃밭의 늦여름
무궁화가 한창이니 더운 여름이 끝 무렵에 들었음을 말해준다. 텃밭을 하는 한량에게는 김장배추 파종이 늦어짐을 경고해주는 멋들어진 꽃이다. 지난번에 떨구어 놓은 속 색깔이 좋다는 배추씨가 싹을 냈지만 옮겨심기할 정도로 크지를 않아 빈 두둑 정리하여 시판 배추모종 반판을 사다가 튼실한 모종 40여개를 골라서 정식하였다. 비가 많이 내린 후라 바랭이풀이 점령한 두둑을 작은 호미낫으로 쓱쓱 걷어내며 밭을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내친김에 옥수수대를 자르고 가지런히 고랑에 밀쳐 넣고서는 무 씨앗을 떨구었다. 빈 두둑에 쪽파구근 200여개 넣었으니 올 김장꺼리 준비는 대강 한 셈이다. 토마토, 참외, 호박은 꽃을 계속 피우지만 앞으로 결실을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종오이, 가지, 고추는 꽃도 많이 달..
2022.08.28 -
처서 지나니
처서 지나 바로 여름바람이 갈바람으로 바뀌었다. 며칠 전까지도 장마철 같은 요란스런 비가 내렸지만 오늘은 하늘도 가을하늘 티가 나고 바람은 습기가 사라지고 살갗을 스치며 지나가는 감촉이 신선하니 상쾌한 기분을 준다. 예전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를 지금쯤부터 말린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이야 고추밭에 거름 넣고 멀칭을 하면서 재배하기에 익은 고추를 빨리 거두고,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농사용건조기를 가동시키면서 고추를 말린다. 어찌 보면 계절을 거스른 농사를 하면서도 수확하고 가공하며 저장함에 별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다. 지금부터 추석 즈음까지는 예전부터 고추말리기에 적기로 삼아왔기에 예전에는 시골할머니들의 손길이 한창 바쁠 때다. 비도 자주 내리지 않고, 습기가 멀리 떠나고, 내려쬐는 강한 햇볕도 고추를 ..
2022.08.27 -
절운동 제대로 하기
불자들이 하는 108배절수행이 정신과 육체를 이롭게 한다는 효과가 알려져서인지 108배를 배우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런데 108배를 한다고 머리가 맑아지고 육체가 튼튼해진다고 믿고 시작을 한 많은 이들이 108배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때려치우는 경우도 많고, 한두 달 섣불리 무리하게 하다가 무릎, 허리, 목, 손바닥, 발가락 등에 통증이 생겨 정형외과 치료하느라 결국은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통증도 없고 108배를 하루에 한두 번 빠짐없이 하는데도 별무신통하여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끼며 실망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고 한다. 불가에서의 수행방법 중 한 가지인 108배를 한다고 하여 108번뇌가 사라지고 불가에서 흔히 말하는 바대로 환희심을 얻을 수 있을까? 또한 간절히 기..
2022.08.10